강증산(姜甑山·1871~1909)의 어록을 정리해 놓은 '대순전경(大巡典經)'에 나오는 말이다. 강증산에 의하여 여덟 달 만에 끝낼 수 있었다고 평가받은 송구봉은 당시 유가(儒家)에서 가장 내공이 높았던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당대 제도권에서는 어떻게 보았는지 모르지만, 민초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평가에 의하면 송구봉은 강단(講壇)이 아닌 강호유학(江湖儒學)의 최고봉으로 여겨져 왔다. 당대의 석학 이율곡과도 막역한 사이였다고 전해지는 송구봉은 여러 가지 신비한 야사가 많다. 하지만 능력에도 불구하고 출신상의 비천한 신분이 문제가 되어 당시 역사무대에서 활동이 봉쇄되었던 인물이다. 진묵은 임진왜란 때 서산(西山)대사와는 달리 서방산(西方山)에 은둔하면서 끝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고승이다. 하지만 민초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신이(神異)한 전설이 많이 전해진다. 재야에서는 고려 말의 나옹(懶翁)대사와 함께 가장 도력이 높았던 고승으로 진묵을 꼽는다. 3일이면 임진왜란을 끝냈을 것이라고 보는 최풍헌은 도가의 인물이다. 여기서 '풍헌(風憲)'은 이름이 아니다. 직책을 가리킨다. 조선조에 행정조직의 가장 말단에 있었던 직책이 풍헌이다. 요즘으로 치면 시골 동네 '이장' 정도 되는 자리이다. 증산이 최고의 인물로 꼽은 최풍헌은 가장 보잘것없고 역사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오직 민중들의 구전에만 내려온다. 야사에 의하면 평양으로 피란 간 선조에게 나아가 '병권을 3일만 허락해 주면 왜병을 물리치겠다'고 요청했지만, 선조는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강증산이 유독 강호의 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임진왜란 당시 임금인 선조를 비롯하여 주변을 싸고 있던 조정의 관료들이 너무 무능하지 않았느냐는 대다수 민초들의 비판과 경멸을 반영한 것이다. 두 달이 넘게 계속되는 국정 혼란을 보면서 이번 정부는 왜 이렇게도 무능한가?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는 그렇게도 인물이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