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을가 해제 >>
[궁을가(弓乙歌)에 ‘조선강산 명산이라 도통군자 다시 난다.’하였으니 또한 나 의 일을 이름이니라.] (道典 3:129:13)
궁을가는 증산 상제님께서 직접 인용하시고 확인해 주신 비결가사(秘訣歌詞)이다. 궁을가는 ‘대개벽기에 살길을 만나려면 반드시 궁을(弓乙)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나라에는 예로부터 허다한 예언서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핵심 내용은 한결같다. 장차 대환란의 시기가 다가오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구원의 활방을 찾으라는 것이다.
옥룡자 도선국사(827∼898), 서계 이극흠(1553∼1630), 토정 이지함(1517∼1578), 격암 남사고(?∼?), 우리 나라의 대표적 대예언가인 이 들은 모두 ‘궁을’로써 그 오묘한 구원의 활방, 생명의 법방을 구전심수(口傳心授)하였다.
궁을(弓乙)은 중요한 비결서마다 꼭 등장한다.
사실 우리 나라의 모든 예언서는 ‘궁을’의 비밀만 풀면 자동 해석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궁을’은 알 수도 없고 풀기도 어려운 도비(道秘)인 까닭에, 삼국 시대 이래 가장 난해한 수수께끼를 간직한 말이 되어 왔다. 궁을(弓乙)에 대하여 숱한 사람들이 동해 삼신산에 있다는 불로초를 찾아 헤맸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그 영생의 불로초를 구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삼신산으로 가는 길을 알아 낼 수 있는가? 한소식 들은 옛사람들은 한결같이 그 해답이 바로 ‘궁을(弓乙)’ 에 있다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궁을이라는 말은 일상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궁 을(弓乙)은 풍수지리학(風水地理學)에서 나온 전문학술용어이기 때문이다.
궁을 (弓乙)은 산의 용맥(龍脈)이 굽이치는 형상[弓]과 물이 흐르는 형상[乙]을 상징 한 음양기운을 말한다.
그러니 궁을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산이나 물로 가야 되 는데, 모든 비결서마다 한결같이 궁(弓)은 산에 있는 것이 아니요, 을(乙)은 물 에 있는 것이 아니니[弓不在山 乙不在水], 산과 물에서는 찾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면 어디에 가야 궁을을 찾을 수 있는가? 격암 남사고는 궁을이란 ‘우주의 현묘한 조화기운’이라고 정의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선후천(先後天)이 뒤 바뀔 때 사람의 생살권(生殺權)을 가진 천하일기(天下一氣)라 하였다. 궁을은 천지일월의 무궁한 조화정신 우주 삼라만상은 모두 음양 두 기운의 조화로써 존재한다.
궁을은 다름아닌 천 지의 현묘한 음양 기운을 뜻한다. 곧 궁(弓)은 양(陽)이고 을(乙)은 음(陰)이다. 궁을의 존재 모습을 ‘천궁지을(天弓地乙)’이라고 표현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 다. 만물은 ‘궁(弓)’으로써 체(體)가 되고, ‘을(乙)’로써 작용(用)한다.
그 러므로 천지의 이치가 궁을에 있고, 궁을의 이치는 만물에 드러난다. 그런데 하늘기운인 궁의 음양을 ‘궁궁(弓弓)’, 땅기운인 을의 음양을 ‘을을(乙乙)’이라 한다. 이를 천도(天道)의 이치로 ‘좌궁우궁(左弓右弓)’, 지도(地道)의 이치로 ‘좌을우을(左乙右乙)’이라 하는데, 이를 하나로 묶어 ‘궁궁을을(弓弓乙乙)’이라 한다.
궁궁을을’은 한마디로 태극기의 4괘상인 건곤감리(1287) 곧 사상(四象)의 조화정신을 뜻하는 말이며, 천지일월(天地日月)의 무궁한 음양운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사궁을선(四弓乙仙) 궁을가는 이러한 ‘궁궁을을’이 인신(人神)으로 강세하여 도통군자로 출세하게 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즉 궁을(弓乙)은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사고 역시 궁을은 천하창생을 구제하는 ‘사람 중의 사람[眞人]’, ‘하늘과 땅을 임의로 조화하는 해인(海印)을 가지고 권세를 용사하는 신인(神人)’이라고 밝히고 있다. 궁을가에는 ‘궁궁을을성도(成道)’라는 말이 후렴구로 여러 번 반복되어 들어있 다. 이는 무슨 말인가? 천지가 가을개벽의 때를 맞아 성도(成道)한다는 뜻이다. 또한 천지성공(天地成功) 시대를 맞아 인간도 성숙의 때를 맞이하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궁궁을을은 우주의 영혼이며 우주의 마음이다. 이곳으로부터 우주의 전 역사가 전개된다. 도통의 관건이 궁궁을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비결에 ‘궁궁을을’이 나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비밀의 문을 두드리 다 실패한 이유는, ‘어떻게 삼신이 사(四)궁을로 올 수 있느냐?’는 공안을 풀 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은 오직 인간으로 오신 삼신상제인 증산 상제님의 도법세계에서만 풀릴 수 있다. 용화십승(龍華十勝) 건설의 주역 이재궁궁(利在弓弓) 오늘의 내가 궁궁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그런데 저승갈 때 앞 세우는 것이 궁궁이다. 지금은 조금 보기 힘들어졌지만, 흔히 장례(葬禮) 행렬의 상여 앞뒤에 아자(亞字)형의 문양을 넣은 부채같은 것을 세우고 간다. 이것을 ‘불삽’이라 하는데, 이 아자(亞字)형의 문양이 바로 ‘궁궁’이 등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불 삽은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장례 행렬을 인도하며, 궁궁(弓弓, 임금)의 대권으 로 삿된 기운을 물리친다.
흔히 장례길을 어로(御路)라 부르는데, 어로는 곧 ‘임금의 길’이라는 말이 다. 또 이 때 ‘어이(御移), 어이(御移)’하며 곡(哭)을 하는 것은, ‘임금이 나가신다’는 뜻이다. 후천개벽은 곧 선천 인류의 장례식이다. 바로 이 때에 궁 궁이 출세한다. 궁궁을 앞세우며 ‘어이 어이’ 곡을 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장 례 풍속이 이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궁궁이 서로 등지면 불[亞]자의 십자가 나오고,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면 공(工)자가 나온다.
이는 하느님[工]과 구세주[十]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궁궁은 대개벽기에 죽음의 질서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임금’인 양신선[兩白]의 출세를 함축하고 있다. 때문에 궁궁을 알면 살길이 생긴다. 본래 이 ‘궁궁’은 신교(神敎) 시대의 임금[王]을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하지 만 장례 때에는 평민들에게도 예외적으로 이 문양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예기』에 의하면 주나라 때). 물론 지금은 아주 보편화된 한국 고유 문양의 하나가 되었다. 또한 고대 임금[王]의 대례복(大禮服: 나라의 중대한 의식때 입는 옷)에도 궁 궁 문양을 수(繡) 놓았다.
또 ‘패슬’이라 하여 무릎 앞을 가리는 장방형의 옷 에도 궁궁 문양이 있었으며, 면복(冕服: 제왕의 관복)의 깃에도 궁궁(弓弓) 수(繡)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임금이라 하여 궁궁 문양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 선시대 역대 왕들이 입은 면복은 모두 중국으로부터 하사받은 것이었다. 조선이 천자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나라 이후 역대 제왕들이 궁궁(弓弓)을 황제의 문양으로 삼았다. 거기 에는 황제로서 인류 문명을 연 신성(神聖: 문명을 개창한 동이족의 천자, 夷=大+弓)들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다짐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궁궁은 한 나라를 통치하는 군주가 아닌 천자(天子)가 출세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고, 나아가 인 류사의 새 문명을 여는 새로운 통치자가 출현한다는 의미까지 함축하고 있는 것 이다. 이재을을(利在乙乙) 그러면 을을(乙乙)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비결에서 을을(乙乙)은 서로 겹쳐서 하나는 서고, 하나는 누운 모습을 ‘만(卍)’자로 나타낸다.
卍은 원래 산스크 리트어(swastica:스와스티카)로 ‘길상(吉祥)’을 뜻한다. 흔히 이를 불교의 고유상징으로 알고 있지만, 卍은 인류문화의 가장 오랜 상징 중의 하나로 선사시 대로부터 세계 각지에서 나타난다. 만(卍)은 측천무후(624?∼705)에 의하여 길상 만덕(吉祥萬德)을 뜻하는 글자로 한자(漢字)에 포함되었으며, 이후 복덕을 가 져다 주는 문양[福德之相]으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그런데 정작 卍의 구성요소인 을(乙)에 대해서는, 생선의 창자(魚腸)가 굽은 것 에서 상형하였음(춘산채지가)을 밝히면서, 훈(訓)은 새[鳥]로 풀이하는 것을 어 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새[鳥]는 문자가 만들어진 역사시대 초기에는 신(神)의 이름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을을(乙乙) 곧 만(卍)은 일 반적인 새가 아니라, 새 중의 새인 봉황(鳳凰)을 의미한다. 봉황은 중국인들조차 ‘동방조선에만 나타나는 상서로운 영물(靈物)’로 신성시했다. 봉황은 성천자(聖天子)의 출현을 예고한다. 봉황을 상징하는 卍자의 길상은 한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전 인류의 행복을 상징하는 것이다. 비록 卍이 전세계적으로 분 포된 문양이라고 하지만, 卍자가 품고 있는 핵심 비밀은 전 인류에게 새 생명을 열어주는 성군(聖君)이 동방의 한국땅에서 출세한다는 것이다.
천간(天干)의 두 번째인 을(乙)이 음의 형체를 상징하듯, 을을(乙乙)은 궁궁(弓弓)의 이상을 지상 에 현실화시키는 지존(至尊)의 통치위격을 의미한다. 꿈에 그리던 용화낙원의 건 설이 여기서 매듭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