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 노스트라다무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정감록(鄭鑑錄)이 있다. 사람들이 노스트라다무스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감록은 알지 못한다. 중국과 일본을 돌아다녀 보니까, 한국의 '정감록'과 같은 예언서 묶음집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한국만의 독특한 '예언콘텐츠'이다.
정감록은 삼국시대부터 전승되어 오던 예언, 고려시대의 예언, 그리고 조선시대 산천을 떠돌던 수많은 술사들이 남긴 풍수도참 예언들을 모아 집대성한 책이다. 그 목차를 보면 감결(鑑訣), 일행사설(一行師說), 역대왕도본궁수(歷代王都本宮數), 삼한산림비기(三韓山林秘記), 오백론사(五百論史), 도선비결(道詵秘訣) 등등 수십 가지이다. 이본(異本)도 여럿이다. 그 내용 가운데는 우리나라 도읍지 변천에 대한 예언도 있다. 평양은 1000년의 도읍지 다음에는 송악(개성)으로 옮아가서 500년을 이어간다고 나온다. 송악 다음에는 한양으로 왕도가 옮겨진다.
한양 다음에는 계룡산으로 들어가서 정씨(鄭氏)의 800년 도읍지가 된다고 나온다. 계룡산 다음에는 가야산에서 조씨(趙氏)가 1000년을 다스린다. 가야산 조씨 다음이 문제이다. 어떤 판본에서는 전주가 범씨(范氏)의 600년 도읍지가 된다는 설이 있고, 다른 판본에서는 서해의 고군산도(古群山島)가 범씨의 1000년 도읍지가 된다는 설이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고군산도가 범씨 천년왕국이 된다는 설이다. 10대 후반에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황당하게 생각하였다. 서해안에 떠 있는 섬이 어떻게 도읍지가 된다는 말인가? 그러나 서해안 '새만금'을 간척함으로 해서 고군산은 육지가 되었다. 33㎞의 세계 최장 방조제는 고군산까지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도 이런 상전벽해가 없다!
전라감사를 지냈던 이서구(李書九)는 이때가 도래하면, '수저(水低) 30장(丈) 지고(地高) 30장(丈)'이 된다고 예언했다. 서해안의 바닷물이 30장 밑으로 내려가고, 육지의 높이는 30장 올라간다는 뜻이다. 즉 서해안이 융기한다는 말이다. 해저(海底)가 융기하면 영광 앞바다에 있는 7개의 섬인 '칠산(七山) 섬'이 모두 육지의 산으로 변한다고 하였다. 과연 새만금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조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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