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동양의 철인 가운데 열자, 장자만큼 입담이 좋은 이도 드물 것이다. 이들은 우주조화의 현묘지도를 은유와 상징이 담긴 실로 폭잡기 어려운 여러 가지 우화형식을 빌어 전했는데, 이러한 표현방식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 철학적 내용이 완전히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물론 이것은 노자가 설파한 우주조화의 근원세계인 무(無)와 삼생만물(三生萬物)에 대한 소식보다 상세하게 우주 생성의 신비를 밝혀준 것이다. "옛날 성인은 음양의 원리로 천지를 섭리하셨소. 대저 형체 있는 것들은 무형의 도에서 나온 것이오. 그러면 이 천지는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그러므로 태역(太易)이 있었고, 태초(太初)가 있었고, 태시(太始)가 있었고, 태소(太素)가 있었소. 태역은 아직 기(氣)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은 때이며, 태초는 기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이며, 태시란 형상이 드러나기 시작한 때를 말하고, 태소는 질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를 말하는 것이오. 기운과 형상과 성질이 갖추어져 서로 떠날 수 없으니 이를 혼륜(혼돈)이라 하오. 이것은 만물이 서로 혼합되어 서로 떠날 수 없음을 말하는 거요. 이 혼돈은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따라가도 붙잡을 수 없으므로 이를 태역(太易)이라 하오. 태역이란 본래 형상과 사물의 징조가 없는 거요. 태역이 변화하여 하나의 기운이 되고, 이것(一位)이 변화하여 7(7位)이 되고, 이는 다시 9수의 변화까지 전개되고, 이 9수 변화는 변화의 극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오. 9는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는 변화를 하여 1(우주생명인 氣의 통일상태, 一太極水)이 되니 1(一水)은 천지만물이 생성 변화하는 시발점(통일의 완성이라는 뜻)이오. 맑고 가벼운 것은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하고 무거운 것은 내려와 땅이 되며, 그 두 기운이 합하여 사람이 된 것이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이 조화하여 만물이 생겨나게 된 것이오." <列子「天瑞篇」> 열자의 이 위대한 가르침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러하다. 열자는 우주의 본체를 허무(虛無)로 보고 만물이 이 허무의 본체에서 생긴다고 하였는데, 그렇게 기가 점차 현저해져 가는 것을 ‘태역(太易)·태초(太初)·태시(太始)·태소(太素)’의 순서로 설명하였다. <요한복음>에도 ‘태초’라는 말이 언급되어 있으나, 거기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엄밀하게는 태역의 조화신(神)의 생명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체 이 우주조화의 뿌리, 밑자리 되는 태역은 어떠한 세계를 말하는 것일까? 열자 탕문편(湯問篇)에서는 이를 ‘무극(無極)’이라 하였다. 그리고 만물생성의 구체적 시원인 태초는 태극을 말한다. 한편 열자는 태소로 기가 현저해지면서 음양이 나뉘어 천지가 되며 음양이 화합하여 사람과 만물이 화생하는데, 이로부터 ‘윤회전생설(輪廻轉生說)’을 제창하여 삶과 죽음이 본체의 변화에 불과한 것이라 주장하였다 음양의 교류와 사계절의 순환도 이와 같으니, 만물의 종말과 시작은 처음부터 그 극단이 없을 뿐이오. 인간과 만물은 처음 생겨나 이 우주의 시공간에 자리를 잡은 이후부터 죽음과 삶, 탄생과 소멸이 서로 꼬리와 머리가 되어 영원히 순환하는 길을 걷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생사문제도 천지의 생명창조의 변화정신으로 인해 우주 자연의 이법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해 생명의 성숙을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생명개벽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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