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이 선택한 이름 ‘베네딕토’는 ‘축복’을 뜻하는 라틴어로 가장 흔한 교황 이름 중 하나다.
그가 이 이름을 택한 배경에 대해 외신들은 1차세계대전 때 국제사회 화해를 위해 헌신했던 베네딕토 15세의 유지를 이어받으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즉 친근한 평화중재자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이 이름을 골랐다는 것. 베네딕토 15세(1914∼1922)는 1차대전 때 중립을 선언하고 평화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라칭거 추기경처럼 신학이론에 강했던 그는 15세기에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프랑스의 전쟁영웅 잔다르크를 시성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이름을 가진 다른 교황으로 베네딕토 12세는 로마 교황청이 프랑스 왕과의 힘 대결에서 밀려 프랑스 아비뇽에 유폐된 ‘아비뇽 유수(1309∼1377년)’ 기간 중 프랑스 왕에 의해 추대된 교황 중의 한 명이다.
한편 베네딕토라는 이름과 관련해 ‘말라키아 예언서’의 적중 여부도 흥미롭다. 이 예언서는 아일랜드의 말라키 주교가 12세기에 쓴 것으로 1143년 이후부터 등장할 112명의 교황에 대해 짧고 모호한 라틴어 문구로 설명해 놓았다. 이번 교황에 관해서는 ‘올리브의 영광’이라고 기술하고 있어 “올리브 나무를 상징하는 대륙인 아프리카에서 교황이 나올 것이다” “올리브 나무와 연관이 깊은 유대인이 교황이 될 것이다” 등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일단 결과를 놓고 보면 새 교황의 이름에서 예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6세기에 성 베네딕토가 창립한 ‘베네딕토 수도회’의 상징물이 올리브 가지인데,공교롭게도 이번 교황이 선택한 이름이 베네딕토 16세라는 것.
이 예언서를 호사가들의 재미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잘 들어맞는 부분도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이를 테면 요한 바오로 1세를 ‘달의 절반’이라 표현했는데 실제로 그는 달의 절반부터 다음 달의 절반까지 33일간 재위하다 숨을 거뒀다. 또 예언서에서 ‘태양의 노고’ 혹은 ‘일식’으로 표현된 요한 바오로 2세는 1920년 3월 일식기간중에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