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과 북두칠성
천지(天地)는 망량(??)이 주장(主張)하고
일월(日月)은 조왕(?王)이 주장(主張)하고
성신(星辰)은 칠성(七星)이 주장(主張)하느니라
(『도전』4:39)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별- 북두칠성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에는 밤이 없다. 밤이 없으니 하늘에 별도 보이지 않는다. 도시를 벗어나면 없던 별이 하나 둘 나타난다. 별은 하늘에 있다. 인간은 오랜 옛날부터 하늘을 보면서 살아왔다. 거기서 무엇인가를 찾았다. 낮에는 해를 보았고 밤에는 달을 보았다. 그리고 별을 보았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떠 있는 밤하늘의 별은 인간에게 해와 달만큼이나 의미 있는 것이었다. 별이 인간의 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 가운데 우리들 눈에 가장 잘 띠는 별은 어떤 것일까? 북극성, 북두칠성, 견우성, 직녀성 등등 많은 별 이름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단연 으뜸인 별은 북극성과 북두칠성일 것이다. 북극성은 길 잃은 사람이나 고기 잡는 어부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고, 북두칠성은 국을 뜨는 국자를 닮아 우리에게 친근하다. 북두칠성은 칠성신앙으로 우리의 삶에 더 밀착되어 있다. 사찰에 가면 볼 수 있는 칠성각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칠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잘 대변한다.
▶고대 유적에서 관찰되는 칠성신앙의 흔적
칠성에 대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관심과 흔적은 어디까지 소급되는 것일까?
우리 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역사적인 유물이 산재해 있다. 그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고인돌이다. 고인돌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돌덩어리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물들처럼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만큼 화려하지도 않다. 대부분의 경우 산과 들에 놓여있어 간혹은 거기에 소나 염소를 매두는 경우도 있다. 고인돌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 나라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것은 유네스코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는 세계적인 인류의 자산이다. 여기에 칠성의 비밀스런 흔적이 숨어있다.
대청댐 수몰지역인 충북 청원군 문의면 아득이 마을의 고인돌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아득이 마을 유적에서는 돌판이 하나 출토되었고 거기에는 많은 홈들이 새겨져 있었다. 몇몇의 학자들은 그 홈들이 하늘의 별자리를 나타낸 것이라 주장한다. 이외에도 하늘의 별자리를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는 홈이 패인 고인돌 유적은 많이 있다.
양구군 용하리 선돌에는 북두칠성과 남두육성(南斗六星:궁수자리에 속하는 6개의 별,북두칠성의 모습을 닮음)으로 보이는 홈이 나있고, 양구군 오류 2리의 자연바위에는 북두칠성과 삼성으로 추정되는 성혈(둥근 점)이 남아있다. 동일한 유형의 유물이 북한에서도 발견된다. 함경남도 지석리 고인돌 유적이 그것이다. 이곳 고인돌의 덮개돌에는 별자리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아있는데 이것이 아득이 마을에서 나온 돌판의 홈과 유사하다.
별자리로 추정되는 유물이 고인돌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연대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선사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에 새겨진 그림 즉 암각화가 그것이다. 암각화는 고인돌처럼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 가운데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의 암각화가 주목을 받는다. 이 암각화는 은하계의 천체도를 연상시킨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칠성신앙의 자취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의 천문지식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고인돌과 암각화를 통해서 우리 나라에도 일찍부터 자생적인 천문지식이 쌓여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고인돌 유적에 남아있는 홈은 별자리 가운데 북두칠성이라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으로 보아 칠성과 우리 나라와의 관계는 일찍부터 각별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칠성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전국 방방곡곡에 남아있어 칠성의 신앙적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암각화의 성혈과 고인돌에 새겨진 홈이 별자리를 나타낸 것이라는 것은 앞으로 좀 더 많은 연구에 의해서 그 타당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필자약력
최정규(Choi, Jeong-Kyu)
고려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 취득. 주요논저로는 「논쟁으로 보는 불교철학」(공저),「무착(無着) 유식철학 연구」, 「阿賴耶識의 의미구조」, 「無我에 대한 일고찰」(I), (II)와 「원측 유식학의 철학적 기반」등이 있다. 현재 증산도사상연구소 동양철학 연구부에 재직중이며, 증산도사상 논문으로는 “증산도와 미륵신앙” 등 다수의 논문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