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이다. 그러나 감만은 그렇지 않다. 감 씨앗은 심은 데서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잘라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이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이어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밤 다른 식물의 경우 나무를 길러낸 첫 씨앗은 땅 속에서 썩어 없어져 버리지만, 밤은 땅 속의 씨밤이 생밤인 채로 뿌리에 달려 있다가 나무가 자라서 씨앗을 맺어야만 씨밤이 썩는다. 그래서 밤은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자손이 수십 수백 대를 내려가도 조상은 언제나 자기와 연결되어 함께 이어간다는 뜻이다. 신주를 밤나무로 깍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추 대추의 특징은 한 나무에 열매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열리며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가 열리고 나서 꽃이 떨어진다. 헛꽃은 절대 없다. 즉,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서 죽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제상에 대추가 첫 번째 자리에 놓인다.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뜻에서이다
★밀양박씨 문중제사에서는 이런 해석도 있구요 ^^ 제일 앞줄에 놓는 과일의 진설 방법은 이설이 분분하다.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에 놓는다는 동조서율(東棗西栗),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아 과실의 배치가 울긋불긋함을 피하려 했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 대추, 밤, 감, 배 순으로 놓는다고 주장하는 조율시리 (棗栗枾梨)가 있다. 대체로 현대에 들어서는 조율시리를 많이 따른다. 제사상의 주된 과일로 대추, 밤, 감, 배가 오르는 것은 이들이 대체로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나타내는 전통적 과일이기 때문이다.
밀양 박씨 문중 제사에서는 이 과일들을 이렇게 풀이한다. 대추는 씨가 하나인 과일인데,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으로 왕을 상징한다.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세톨이니 3정승을, 배는 씨가 6개로 6판서를 감은 씨가 8개이니 8방백(方伯, 관찰사)을 의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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