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절(邵康節)의 매화역수(梅花易數)
송나라 경력(송나라 인종의 연호;1041~1048) 중에 소강절선생이 산속에 은둔해 살면서, 겨울에도 화로불을 쬐지 않고 여름에도 부채질도 하지 않았으니, 아마도 마음이 주역연구에 있어서 춥고 더운 것을 잊었을 것이다. 그래도 주역연구가 미진하다고 생각하였던지 주역을 벽에 발라놓고, 마음깊이 연구하고 눈으로 살피면서 역리(易理)에 깊숙이 빠져서 역의 수(易數)를 만들려고 노력하였으나, 징후를 얻지 못하였다. 하루는 낮잠을 자는데, 쥐가 어지러이 설쳐대서 잡으려고 베고 있던 흙으로 구워 만든 퇴침을 던졌는데, 쥐는 달아나고 퇴침은 깨져 버렸다. 그런데 퇴침 속에 글자가 있어서 보았더니, “이 퇴침은 소강절이라는 현인이 사가서, 몇년 몇월 몇일 몇시에 쥐를 잡다가 깨질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소강절선생이 이상하게 여겨서 그 퇴침을 만든 옹기장이에게 물으니, 옹기장이가 말하기를 “ 전에 한 사람이 손에 주역책을 들고 앉아 쉬면서 퇴침을 갖고 만졌는데, 그 글은 그 노인이 썼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 노인이 오지 않은지 오래 되었지만, 그 집이 어디에 있는지 압니다.”고 하였다. 그래서 소강절선생이 옹기장이를 앞세워 그 집에 갔더니, 노인은 이미 돌아가셨고 다만 책 한권을 남기면서 집사람들에게 유언하기를 “ 몇년 몇월 몇일 몇시에 한 선비가 찾아올 것이니, 이 책을 주면 내 후사를 마치게 해줄 것이다.”고 했다면서, 노인의 집사람이 그 책을 소강절선생에게 주었다. 소강절선생이 책을 받아보니, 그 책에는 주역의 글과 점하는 예가 있었다. 그래서 소강절선생이 그 법대로 점을 쳐서 그 집 아들에게 말하기를 “자네 아버지가 평시에 백금을 침상 서북쪽 땅속에 묻어 놓았으니, 그 돈을 가지면 장사를 지낼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 집 아들이 침상 서북쪽을 파보았더니, 과연 백금이 나왔다.
그 후에 꽃이 떨어지는 날을 점해서 “오시에 말에 밟혀 떨어질 것이다.” 라고 했고, 또 서림사(西林寺)의 현판을 보고 음인(陰人)의 화가 있을 것을 알았으니, 이것이 이른바 선천의 수(先天數)이다. 괘를 얻기 전에 먼저 수를 얻은 것이니, 수로써 괘를 일으킨 것이므로 선천(先天)이라고 하는 것이다. 노인의 근심스러운 안색을 보고는 물고기를 먹고 화를 당할 것을 알았으며, 소년의 얼굴에 기쁜 빛이 있는 것을 보고는 장가드는 기쁨이 있을 것을 알았으며, 닭울음 소리를 듣고는 닭이 삶아져 죽을 것을 알고, 소울음 소리를 듣고는 소가 죽을 것을 아는 일 등은 다 후천의 수(後天數)이니, 수를 얻기 전에 먼저 괘를 얻은 것이다. 괘로써 수를 일으킨 것이므로 후천(後天)이라고 한다. 하루는 소강절선생이 의자 하나를 두고 수를 미루어 계산한 후, 의자 밑에 쓰기를 “몇년 몇월 몇일에 신선이 앉아서 부숴질 것이다.”라고 했는데, 과연 그 기일이 되어 도인(道人)이 찾아와서 앉다가 의자를 부숴뜨리고 부끄러워 하면서 소강절선생에게 사과하니, 소강절선생이 말하기를 “물건이 이루어지고 부숴짐에 수가 있는 것인데, 무엇을 개의하십니까? 또한 공은 신선이 아니십니까? 자리에 앉으셔서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하고는 의자 밑에 쓴 것을 보여주니, 노인이 놀라면서 급히 일어나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수의 묘함이 비록 귀신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데, 하물며 사람이나 물건이 피할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