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현묘지도國有玄妙之道 하니 왈풍류曰風流라(나라에 지극히 신령스러운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한다).
이 문구는 신라 때 최치원이 쓴 「난랑비서鸞郞碑序」의 첫 구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풍류風流의 본래 이름이 바로 한민족의 9천 년 전통신앙인 신교神敎입니다. 신교의 문자 뜻은 ‘신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것입니다.
≪단군세기≫에는 이신시교以神施敎, ≪규원사화≫에는 이신설교以神設敎로 쓰여 있습니다.
환국-배달-고조선 이래 한민족은 상제님을 섬기고 상제님의 뜻에 따라 생활하는 것을 삶의 근본으로 삼았습니다.
나아가 신교는 우리 조상인 환족의 이동을 따라 세계로 퍼져 나가 인류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이 신교에서 말하는 신神은 곧 삼신상제님입니다. 우주를 주재하시는 이 한 분(一者)으로부터 하늘, 땅, 인간(과 만물)이 벌어져 나옵니다. 그래서 하늘도 신이요 땅도 신이요 인간도 신입니다.
천지인天地人이 모두 살아 있는 삼신입니다. 때문에 하늘·땅·인간 속에는 삼신의 생명과 신성과 지혜와 광명이 그대로 다 들어 있다.
『환단고기』는 이러한 천지인의 관계를 수리數理로써 천일天一, 지일地一, 태일太一이라 표현합니다. 하늘도 땅도 인간도 모두 하나의 근원자리에서 나왔다는 의미입니다.
환단고기의 이 신교 문화의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면 환단고기의 전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삼신상제님을 중심으로, 천지안의 모든 신들의 은혜와 덕을 칭송하고 상제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 왔습니다. 그러한 제천행사는 한민족을 넘어 인류의 원형문화로 정착되었습니다.
환족이 중동으로 이주하여 개척한 수메르, 그리고 베링해협을 건너간 환족이 개척한 중남미 마야 문명과 아즈텍 문명 등에서 우리는 놀랍게도 신교의 제천문화, 그 공통된 자취를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피라미드는 태고의 환국의 신교문화의 유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배달 시대의 삼백三伯 제도에서 조선의 삼정승 제도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현대 민주주의의 삼권분립 제도까지 삼신사상에서 비롯됐습니다.
단군의 고조선은 국가를 셋으로 나누어 통치하였습니다. 이를 삼한관경제(三韓管境制)라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이 환단고기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단군왕검은 천하를 평정하시더니 삼한(三韓)으로 나누어 관경(管景)을 만드시고 곧 웅백다(熊伯多)를 봉하여 마한(馬韓)이라고 하였다. 달지국(達支國)에 도읍하였으니 역시 백아강(白牙江)이라고도 불렀다.” <삼한관경본기 마한세가 상>
“치두남(蚩頭男)은 치우천왕의 후손으로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게 세상에 알려졌다. 단군은 곧 불러보시더니 이를 기이하게 여기시고는 곧 그를 번한으로 임명하고 겸직하여 우(虞)의 정치를 감독하게 하였다.” <환단고기 삼한관경본기 번한세가 상>
삼신일체(三神一體), 천지인(天地人), 일체삼용(一體三用) 사상의 원리에 따라 나라(體)는 하나(一)이지만 다스림(用)는 셋(三)으로 했던 것입니다.
환단고기 중「단군세기」에는 삼한 중 단군이 직접 다스린 진한의 역사가 담겨 있으며,「마한세가 상, 하」,「번한세가 상, 하」에는 진한의 좌·우현왕이었던 마한(馬韓)과 번한(番韓)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중국 심양의 청나라 궁궐을 보면, 중앙에 태조 누루하치가 집정하던 대정전이 있고 좌우에 그를 보좌하던 좌익왕과 우익왕의 누각이 있습니다. 북방 흉노족의 통치체제 역시 대선우와 그를 보좌하는 좌현왕, 우현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환웅을 찾아와 환족이 되게 해 달라고 청했던 웅족 여인의 수행 기간도 삼칠(3?7) 도수인 21일이었습니다. 홍산문화 유물 가운데 3개의 원이 나란히 연결된 삼연패三連牌 역시 천지인 삼재사상, 즉 삼신사상의 자취입니다. 우하량 유적지의 천원지방형 적석총도 3단으로 이루어져 삼신문화를 상징합니다.
삼신 사상은 한민족과 인류의 생활 도구, 풍습에도 배어 있습니다. 세 번 음식을 떼서 천지에 바치는 우리네 농부들의 고수레 풍속이 중남미 인디언들에게도 똑같이 남아 있습니다. 멕시코시티의 국립인류학박물관에 소장된 그릇의 받침도 셋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단순해 보이는 그릇 하나에서도 세계에 퍼져나간 우리네 삼신문화를 찾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