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꿔놓은『道典』말씀 한 구절 |
“나는 추상같은 절개와 태양같이 뜨거운 충의(忠義)를 사랑하노라”(道典4:15:7)
정용직 (남,30세) / 춘천 중앙도장
1998년 7월, 제주 - 파란 책과의 첫만남
1994년 3월 제주도 오현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청운의 뜻을 품었다. … 스무살 되던 1997년 3월 무얼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울산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모든 게 방황과 혼돈의 시간이었다.…
1998년 의경 입대일(9월 7일)만 마냥 기다리던 나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제주도 고향집에 있는 파란색『개벽 다이제스트』! 몇해 전작은 형이 어디선가 가져온 책이었다. 방학이라서 시간 여유가 있었던 그 때, 집과 근처 책방의 책은 모조리 읽어서 더 볼거리를 찾던 당시 그 책을 만난 것이다.
‘예언, 역사, 우주일년, 상제님 강세, 종교…’알듯 말듯 한 내용들로 꽉 차 있는 작은 책. 쉽게 신뢰할 수도 쉽게 부정할 수도 없는 거대담론들이 담긴 수수께끼 같은 책! 이 책과의 최초의 만남에서 나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저 언젠가는 알아봐야지 하는 호기심만 간직한 채, 그냥 시간이 흘렀다.
충격과 감동 -“나는 추상같은 절개와 태양같이 뜨거운 충의(忠義)를 사랑하노라”(道典4:15:7)
얼마 안 있어 또 다른 인연이 나를 그 파란색『다이제스트 개벽』책으로 인도했다. 친구 누나가 그 책을 또다시 나에게 소개해 준 것이다. 친구 누나의 손길에 끌려 한발 한발 증산도의 진리에 조심스레 담가 봤다.
책을 읽다보면, 열 개 중 다섯은 내가 판단내릴 수 있는 부분이어서 맞다고 생각했는데, 나머지 다섯은 내 판단 범위를 넘어선 거라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그 책을 거의 다 읽고 마지막 부분에 짧은 글귀들을 모아 놓은 부분을 뒷가심으로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문에 내 인생이 변할 줄 이야…. 파란 책, 신비롭고 수수께끼 같은 작은 책.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책의 끝자락에 묻혀있는 한 줄!
“천지간에 의로움보다 더 크고 중한 것은 없느니라. 하늘이 하지 못할 바가 없지마는 오직 의로운 사람에게만은 못 하는 바가 있느니라. 사람이 의로운 말을 하고 의로운 행동을 하면 천지도 감동하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천지의 모든 보배를 가지지 않은 것이 없으나 의로움을 가장 으뜸가는 보배로 삼느니라. 나는 추상 같은 절개와 태양같이 뜨거운 충의(忠義)를 사랑하노라.” (道典4:15:3∼7)
만약 이 부분을 읽지 않고 책을 덮었더라면 내 삶은 달라졌으리라. 이 구절을 보고 정신이 멍했다. 하얀 백지에 맑고 또 맑은, 청아한 파도가 쳤다.‘ 과연 누가 이런 말씀을 했을까?’그 부분을 읽고 또 읽고, 읽고, 또 읽었다. … 책장의 많은 책들과 함께 묻혀버릴 뻔한 신비의 책,『 다이제스트 개벽』은 이렇게 내게로 왔다. 추상같은 절개와 태양같이 뜨거운 충의와 함께!
의(義)의 세계에 푹 빠진 나! 나도 모르는 어떤 힘이 강력하게 나를 잡아끌었다.
이런 말씀을 하신 분이 누군지 궁금했다. 그 분의 다른 말씀도 궁금했다. 내가 겪는 혼돈, 세상이 겪는 혼돈! 무엇이 의(義)이고 무엇이 불의(不義)인지 헷갈리는 세상과 나! 그 분은 이 모든 걸 한숨에 깨끗이 씻어주실 것만 같았다.
친누나처럼 감싸주고 가르쳐주는 내 인도자에게 감사해 하며 열심히 배웠다. 당시까지만 해도 증산도에 대한 확신이 100%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친구 누나의 따뜻한 배려로 입대하기 전 증산도에 입도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나는 여전히 혼돈 속에 있었다.
그렇지만‘절개와 충의’의 깃발과 노래는 내 가슴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1998년 11월, 서울 -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서울로 배치 받아 의경 생활을 시작하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의경은 데모를 막는다. 욕도 많이 먹었다, 시위를 막으며! 많이도 맞았다, 시민들로부터! 동기가 엠블런스에 실려가고 심지어 죽는 일도 생겼다, 시민에게 맞아서!
혼란스러웠다. 훈련소에서 배운 대로라면 나를 죽이고 우리를 죽이는 건 적이다. 그 적을 멋지게 무협영화처럼 무찌르는 건 영웅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가 지켜야 할 시민이고, 그 시민을 다치게 해서는 안되었다. 그러나 시민이 우리를 죽일 수 있는 그런 상황에 우리는 내버려져 있었다.
어느날 한 아주머니가 오셔서 내 방패를 힘없이 잡고 마냥 눈물만 흘리셨다. 그 아주머니의 눈에서 원망과 노여움과 절박함을 보았다. 나도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방패로 밀어내야만 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무엇이 내가 해야 할 일인가? 나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건가? 또 다시 혼돈이 밀려왔다. 현실과 나 사이에‘의(義)’는 아직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1999년 1월, 서울 - 극즉반(極卽反), 추웠던 밤은 뜨거운 아침을 맞으리라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道典』! 증산 상제님의 말씀이 담긴 증산도『道典』. 거기에 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이 있을 것만 같았다.『 道典』을 항상 가슴에 품고 잠들고, 항상 캐비닛 상단에 소중하게 모셨다. 기도를 했다. 눈물로 기도를 했다.
‘하느님, 제가 여기서 무얼 배우라고 보내셨습니까? 몸이 힘든 게 아니라 마음이 힘듭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물이 견디기 힘들고, 우리 동기들의 눈물이 견디기 힘듭니다. …’
“선천은 상극(相克)의 운(運)이라.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만물을 맡아 하늘과 땅에 전란(戰亂)이 그칠 새 없었나니 그리하여 천하를 원한으로 가득 채우므로…”(道典2:17:1∼3)
“원래 인간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서 큰 병을 이루나니…”(道典4:32:1)
이 말씀을 읽고, 너무나도 답답하던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사람끼리 다투고, 또 단체끼리 마찰을 일으키며, 더 크게는 지역끼리 싸움을 벌이는지, 뿐만 아니라 정치인은 정치인끼리, 교육계는 교육자끼리, 학부모는 학부모끼리… 모두가 이기려 들고 누르려 드는지, 그 깊은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의경 생활을 하면서 극(克)을 너무도 생생하게 체험했다. 세상은 절대 평등하지 않았다. 힘을 가진 자가 위에 서있었다. 그렇게 이 세상이 철저한‘상극의 세상’인 것을 깨쳤다. 힘없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못하여 분통이 생기고 큰 병이 생기는 걸 알았다. 원과 한이라는 영혼의 병이 얼마나 깊은지를 그때 느꼈다!
상극의 이치 때문에 생긴 분통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의경인 나는 그 시위를 막으러 다니는 부속품인 걸 절감했다. 하지만 시위도 일시적인 방편일 뿐, 내면의 원한은 더 크게 쌓인다는 것을 알았다.
“선천은 상극(相克)의 운(運)이라.”는 말씀을 여러 번 읽고 사색을 거듭했다. 비로소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혼돈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세상이 상극의 운에 갇혀 있고, 그 때문에 천지간에 원한이 가득해서 막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이다.
1999년 5월, 서울 - 하나는 또 다른 하나를 찾는다
‘義’란 게 무엇일까? 의는 옳음이다.
그런데 내가 옳으면 남이 그른 것이고, 우리가 옳으면 또 우리를 제외한 남들은 그른 것일까? 이런 아전인수 격의‘義’는 의가 아니었다. … 벽에 부딪혔다.
‘개인도, 단체도, 지역도, 국가도, 민족도 모두가 더불어 만족할 수 있는‘義’가 무엇일까? 이것을 먼저 깨닫지 않고 어떻게 의를 행할 수 있을까?’
세상을 두루 끌어안을 수 있는‘義’를 찾으려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범주는 우주다. 우주의 범주에서 의롭다면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누구도 반발하지 않고 의를 집행하리라.’
하나의 고리를 풀고 나니 하나의 또 다른 고리가 나온다. 하지만 의문이 많으면 많이 나아가고 의문이 적으면 적게 나아간다 했던가.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고 또 다른 벽이 생긴 것이다.
2000년 11월 6일 - 다시 세상 밖으로
2년간을 의경으로 군복무하면서 입원도 하고 목발도 짚어봤다. 경찰병원도 많이 다녔다. 그래도 무사히 제대하니 다행 아닌가. 평생을 같이 할 수 있는 동기들도 만났고 후배도 얻었다.
지나보니 어쩌면 내게 참된 의(義)를 깨우치기 위해 서울로 의경으로 보내신 것이 아닐까? 2년 동안의 고민의 끝은 역시 참된 의(義)를 집행하시는 상제님 말씀에 답이 있었다.
“天者(천자)는 理也(리야)라 昭昭之天(소소지천)이 合人心之天(합인심지천)하니 理(리)는 原於天(원어천)하여 具於人心(구어인심) 하니라”
하늘은 이치(理)이니라. 밝고 밝은 하늘이 사람 마음속 하늘과 부합하니 이치(理)는 하늘에 근원을 두고 사람의 마음에 갖춰져 있느니라. (道典2:90:2)
예로부터 의리가 있으라 했다. 의리(義理)는 의(義)와 리(理)가 만나 있는 걸 이제야 깨우친 것이다.
내가 진정 절개와 충의를 지키려면 무엇을 향한 절개인지, 무엇을 향한 충의인지를 먼저 알아야만 했다. 그 깃발은‘‘우주’라는 고지였고,‘ 이법’이라는 산이었다. 그 산을 밟고 정상에 우뚝 섰을 때 나는 진정 추상같은 절개와 태양같이 뜨거운 충의를 사랑할 힘이 생길 것이다. 그 산을 밟아야만 혼돈의 청춘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우주를 주재하시는 상제님은 우주이치를 꿰뚫고 계시기에, 무엇을 행하시든 동정어묵이 거칠 게 없으신 것이다. 나 역시 하늘마음이 내 마음이 되어, 하늘에 근원을 둔 이치를 내 마음에 함께하여, 움직이고 머물고 말하고 고요함이 상제님처럼 거칠 게 없었으면 했다.
‘참된 의(義)를 알기 위해선 참된 우주원리를 깨자!’
동기부여는 충분했다. 군 생활 2년간이면 충분했다. 전역한 나는 참된 스승님 밑에서 훌륭한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상제님의 우주통치원리를 공부하고,『 道典』을 통해 상제님의 심법에 가까워지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증산도의 세계에 도전했고, 몰입했다.
2008년 4월, 충의명강(忠義明剛) - 뜻은 세월과 더불어 강해진다
“대인을 배우는 자는 천지의 마음을 나의 심법으로 삼고 음양이 사시(四時)로 순환하는 이치를 체득하여 천지의 화육(化育)에 나아가나니, 그런고로 천하의 이치를 잘 살펴서 일어일묵(一語一默)이 정중하게 도에 합한 연후에 덕이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만일 사람이 사사로운 욕심에 사로잡혀 자기 좋은 대로 언동하고 가볍고 조급하며 천박하게 처세하면 큰 덕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道典4:95:11∼13)
나이가 한 살 한 살 많아질수록 나 자신은 조금씩 원만해지는 것 같았지만, 세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젊은 날의 혼돈은 거둬냈지만 세상의 혼돈을 거둬낼 힘은 아직 없다.
“先天下之職(선천하지직)하고 先天下之業(선천하지업)하니 職者(직자)는 醫也(의야)요 業者(업자)는 統也(통야)니라”
성인은 천하의 직책과 천하의 업무를 우선으로 삼나니, 천하의 직은 병들어 ** 가는 삼계를 살리는 일(醫)이요 천하의 업은 삼계문명을 통일하는 일(統)이니라. (道典5:347:17)
나는 내 인생의 푯대를 세웠고, 그 푯대를 향해 한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도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나아갈 것이다. 독행천리(獨行千里) 길에 백절불굴(百折不屈)이라. 혼자 천리길을 걸어가다가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백번 천번 만번 쓰러져도, 절대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서서 간다. 꼭 골인을 한다.
이게 스승님께서 내려주신 심법전수다. 거기에 나는 용맹정진(勇猛精進)을 하리라. 내가 세운 뜻이 천지이법에 부합된다면, 나는 절대 굽히지 않고,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또다시 진일보(進一步)하리라. 지키고 있는 뜻이 한 치도 사욕에 젖지 않고, 천지와 합덕한다면, 천지에 드리는 충성과 의로움은 더욱 타오르리라.
남아대장부가 낭도(郞徒)가 되어 천하를 경영하매 한시라도 이끗을 위해 살지 말고, 정의를 명명백백히 밝히며, 천지벼리를 강건하게 세우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상제님의 이 말씀이 내 가슴에서 울리고 있다.
“나는 추상같은 절개와 태양같이 뜨거운 충의를 사랑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