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이란 무엇인가요? |
주문(呪文)의 주(呪)는 `빨 주` 자이다. 주(呪)자를 명명하면 口(입구)에 兄(클 황, 부를 황)이 되는데, 여기에는 입으로 우주의 성령을 부르고 우주의 진기를 빨아들인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이를 영어로는 인보우케이션(invocation)이라 한다. 영적 보호를 받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는 뜻. 한마디로 주문은 신으로부터 생명과 성신을 받는 글, 또는 하늘의 상제님께 간곡히 기도하는 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주문을 영어로는 만트라(mantra)라고 하는데, 만(man)은 영어로 `인간, 남자`라는 뜻이며 `정신`을 뜻하는 마인드(mind)나 `정신의`라는 뜻의 멘탈(mental), 모두 같은 어원 `만(man)`에서 나왔다. 트라(tra)는 `돌보아 주다` 또는 `도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말이다.
즉, 만트라(mantra)는 `마음의 도구(The instrument of mind)` 다. 분별의식을 갖고 오만 가지 세속적인 생각을 하는 `중생의 마음`으로부터 우리를 끌어내어 `생명의 근원으로 인도하고 돌봐주는 도구`가 바로 만트라(mantra), 주문인 것이다.
주문의 이해
주문을 읽는다는 것은 우주의 절대자께 소원을 간구하며 그 힘을 받아 들이고자 하는 반복적인 기도행위입니다. 그러기에 주문이란 어느 특정한 종교에서만 읽는 의식이 아닙니다. 모든 종교는 나름대로의 주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불교에서 읽는 반야심경이나 천수경은 전형적인 주문입니다. 반야심경은 불교의 핵심 교리를 모아 놓은 경전인데 불교 신도들은 이것을 반복하여 읽으면서 깨달음을 추구합니다. 또는 복을 구하는 것입니다. 반야심경의 유명한 마지막 구절 '아제아제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는 '가는 이여, 가는 이여, 피안으로 온전히 가는 이여, 깨달아지이다' 또는 '닿았노라, 닿았노라, 피안에 닿았노라, 피안에 와 닿았노라, 깨달음에 이르러 기쁘도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평범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문장을 몇 천년동안 읽어 왔으며 힘이 발휘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나 '옴마니반메훔' 등등의 수많은 진언과 만트라도 계속 읽음으로써 절대적인 힘을 받아들여 높은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점에 있어 다를 바 없습니다.
기독교의 주기도문도 역시 주문입니다. 기도문은 기도일 따름이지 무슨 주문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주기도문은 기도문입니다. 그러나 정확히 알아두셔야 할 것은 주문이란 기도행위를 포괄하는 것이며 정형화된 기도문은 모두 주문의 일종이라는 사실입니다. 주기도문은 하느님을 찾고, 찬양하고, 진리의 실현을 바라고, 일상의 행복을 빌고, 시련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달라는 기도문입니다. 주기도문 뿐 아니라 사도신경이나 천주교에서 읽는 성모송, 대영광송 등등의 기도문들도 모두 소원을 간구하고 절대적인 힘의 도움을 받기 바라는 주문인 것입니다. 내용이 있는 기도문도, 그 뜻을 잘 알기 어려운 문장도 모두 주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주문이든 믿고 읽기만 하면 기운을 발휘합니다.
텔레비전을 켜서 채널을 맞추면 항상 그 채널에 해당하는 방송이 나옵니다. 그것은 왜일까요?
다름아니라 텔레비전의 몸체 안에는 특정한 파장을 잡아내는 동조(同調)회로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안테나에 잡힌 여러 가지 전파 가운데서 보고자 하는 파장만 가려내는 것입니다. 긴 복도를 걸어가면 유난히 발소리가 크게 들리지요? 이는 바닥을 밟는 몸무게 때문이 아니라 발자국 소리와 동일한 파장에서 떨리는 물체들이 함께 진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과학에서는 공명현상(共鳴現象)이라 하지요.
기타(Guitar)의 몸통은 공명통인데 이 통이 없으면 기타소리가 너무 작아 잘 들리지 않게 되지요. 그런데 기타를 옆에 놓고 소리가 너무 작아 잘 들리지 않게 되지요. 그런데 기타를 옆에 놓고 목소리를 내보면 어느 특정한 음 높이에서 그 몸통이 울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보다 낮은 목소리나 높은 목소리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그 울림통의 진동수에 맞는 목소리에는 신기하게 '웅'하고 따라서 울리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 들리거나 들리지 않는 모든 것은 파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이 입으로 소리를 내면 음파가 발생하고, 두뇌에서는 그 활동상태에 따라 몇 가지 뇌파가 발생하는데 이 우주 어느 곳엔 가는 거기에 상응하는 파장이 반드시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세계는 실제 세계 전체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주라는 거대한 생명체는 실로 엄청난 생명력으로 꽉 차 있고, 그 생명력은 동일한 성질의 힘끼리 동조되어 더 큰 힘으로 증폭되는 것입니다.
매우 초보적인 원리를 설명한 것에 불과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주문을 읽는 일도 이와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수도란 안테나, 동조 회로, 증폭 회로의 기능을 가동시키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주문을 읽어 형성된 파장은 우주 깊숙한 곳에 있는 기운을 끌어 들여 대우주의 생명력을 체험케하는 것입니다. 모든 주문은 그 주문만의 독특한 결이 있어서 각각 받아들이는 기운이 다르고 결국 권능도 효력도 다르게 됩니다. 누가 만든 주문인가에 따라서도 거기에 깃들어 있는 기운이 다릅니다.
우리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도 넓게 말하면 주문입니다. 그러니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되며 더욱이 자신이나 남을 해치는 언사는 절대 써서는 안되겠습니다. 한 예로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죽겠다'는 말을 합니다. '더워 죽겠다' '추워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밥 한 끼 잘먹고서는 '배불러 죽겠다'고 합니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일 안되게 하는 기운을 쌓는 것입니다. 좋으면 좋은 거지 '좋아죽겠다'는 것은 또 뭔가요? 우리 일상의 언어 습관을 잘 반성해야겠습니다.
모든 인간은 작은 우주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우주 전체와 맞먹는 존귀한 존재입니다. 다만 인간의 마음이 욕심에 찌들고 어리석음에 눈이 어두워져서 자신의 참 가치와 능력을 알지 못할 뿐입니다. 수도란 인격을 그 밑바닥까지 제대로 여물게 하고 우주와 하나가 되도록 하는 훈련이며 주문 수도는 가장 탁월한 수도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