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태처럼 올 통일.. 지금 준비 안하면 北은 중국의 속국 될 것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 입력 2014.01.01 03:01 수정 2014.01.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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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반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는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 내부에선 북한과의 통일에 대해 '어렵다'거나 '불필요하다' 또는 '먼 미래의 일'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통일의 길은 의외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북의 체제가 불안정할수록 오히려 통일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적기(適期)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일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뿐 아니라 남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통일은 최고의 가치
세계적 신용 평가기관인 S & P의 존 체임버스 국가신용등급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통일은 최고의 가치다. 북한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 신흥국 담당 대표도 "한국과 세계를 위해 통일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나가오 다케히코 총재는 "통일은 한국에 큰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경제가 도약하고 지역 긴장이 줄어들고 동북아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통일은 돌연히 찾아온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장은 "통일은 2015~2020년 사이에 굉장히 빨리 눈사태처럼 일어날 수 있다"며 "한국은 북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한쪽 눈은 북한에, 다른 눈은 세계에 두고 통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독일 할레·비텐베르크대학의 울리히 블룸 교수는 "서독 내독성(우리의 통일부에 해당)은 1989년 11월 8일 '통일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며 "독일 정부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는데 한국은 독일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일본 외무성의 다나카 히토시 전 외교심의관은 "역사가 항상 그렇듯 통일은 돌연히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통일은 언제 닥쳐올지 모른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모두에게 축복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아야 하고, 통일은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 통일 준비할 적기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장성택 숙청 등으로 북한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통일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통일의 기회는 앞으로 한두 차례 찾아올 것이고, 이때를 놓치면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더라도 중국 등의 지원을 받는 다른 정권이 들어서서 통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장성택 숙청은 김정은 정권 몰락의 시작"이라며 "통일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북한 체제는 조만간 내부 붕괴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준비를 안 하면 북한은 중국의 속국, 남한은 중국의 변방국으로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진보 성향 인사들은 통일이 빨리 오기는 힘들겠지만 구체적 행동과 준비는 필요하다고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남북의 평화 공존을 하기 위한 신뢰 프로세스를 빨리 시작하고, 작은 접촉이라도 당장 해야 한다"고 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대북·통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고,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통일 이후 어떤 경제 체제로 갈지 등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라종일 전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일·중·러 등 주변국이 한반도 통일에 합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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