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학작용제가 장전된 미사일 탄두의 절단면(좌), 천연두에 감염된 환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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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유한 생물무기 중에서 탄저균은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바다. 실제로 가능성 면에서나 위협 차원에서는 탄저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천연두다. 다큐멘터리 전문방송 디스커버리채널에서 방영했던『21C 아웃브레이크』시리즈는 인류와 전염병간의 치열한 전쟁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 중 제3편「바이오 테러」는 근래의 대표적인 생물무기테러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맞서는 인간의 노력을 그리고 있다. 특히 천연두 테러 발생 가능성과 가상 시나리오를 언급한다.
지난 세기 5억 명 이상이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20세기 100년 동안의 전사자 수보다 훨씬 많은 수치이다. 세계적인 종두계획 이후, 이 천연두가 자연 발생한 경우는 1977년의 소말리아가 마지막이었다고 본 프로는 전한다.
생물테러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마이클 오스터홈은, 인류가 천연두 박멸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천연두가 ‘전염병의 제왕’이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천연두가 이 시대에 다시 창궐한다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고 유례가 없는 공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오스터홈이 작성한 ‘천연두 테러 가상 시나리오’가 화면에 등장하면 충격과 공포는 더해진다. 이 시나리오는 14만 명의 사망자를 예언하고 있다. 단 3개월 만에 천연두는 시카고를 유령도시로 만들어 버리고 불황에 허덕이게 한다. 집과 직장을 버리는 사람들도 속출한다. 인프라 시설도 붕괴될 위험에 놓인다. 대중교통도 중단에 이르고 동력공급중단도 빈번해진다.
그는 멀지 않은 미래에 생물테러가 또 발생할 것임을 경고하면서, 가장 강력한 생물무기로 단연 천연두를 꼽는다. 생물무기의 판도라 상자는 이미 개봉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에게 닥칠 재앙이 생물테러일 것인지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는 마지막 대목은 시청자들에게 궁금증만 던질 뿐이다. 이런 생물무기 테러를 일찍부터 준비해온 북한이 우리 곁에 통일세력으로 가장한 채 3대째 세습하면서까지 버티고 있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천연두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인류를 위협해왔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아프리카나 중동 또는 아시아 대륙에서 동물바이러스로 시작돼 어느 시점에선가 인간에게 옮아간 것으로 보인다. 천연두의 공포를 알려주는 최초의 증거는 고대 이집트의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기원전 1157년경에 사망한 것으로 여겨지는 람세스 5세 파라오의 미이라는 피부에 발진 흔적이 있었다. 농포의 크기와 분포로 보아서 근세의 천연두와 거의 똑같았다.
천연두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유전자 배열을 가지고 있으며 또 가장 영리한 생물체이다. 이 바이러스는 실제 인체의 내부조직을 파괴함으로써 사람을 죽인다. 눈에 보이는 것은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뿐이지만 그와 똑같은 일이 내장기관에서도 벌어지는 것이다. 폐와 주요장기에까지도 침투해서 신체조직을 파괴한다. 그러면 환자는 결국 자기 내장기관의 체액에 빠져 익사하는 것이다.
1562년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천연두에 걸렸다가 살아난다. 이 때 몸의 털이 모두 빠져 평생 붉은 가발을 썼는지도 모른다. 만약에 여왕이 20대에 죽었더라면 영국과 세계의 역사는 확연히 달라졌을지 모른다. 또한 만주에서는 젊은 황제가 천연두에 걸려 사망하자 장자계승규칙을 무시하고 막내아들을 왕위에 앉혔다. 그는 이미 천연두를 앓았기 때문이다. 그 소년이 자라서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손꼽히는 강희제가 된다. 이 바이러스는 왕족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1654년부터 시작해서 120년동안 천연두로 죽은 군주만 8명이 된다. 프랑스의 루이 15세를 비롯 스페인의 루이스 1세 러시아의 페트리아 1세 등이다.
1520년경 스페인 사람들이 이미 카리브해에 정착을 했을 때 헤르난도 코르테즈는 멕시코에 있는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을 공격한다. 수적으로 열세인 코르테즈는 군대가 발달한 아즈텍인들에게 여지없이 쫓겨나고 만다. 하지만 후퇴하던 병사들 중 한 명이 천연두균을 가지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유럽의 질병에 대해 전혀 면역이 없었기 때문에 천연두는 도시를 휩쓸었다. 지금 서울 등 수도권지역의 30대 이하는 당시의 원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천연두에 대한 면역은 없다고 봐야 한다.
군대를 재정비한 코르테즈는 몇 달 뒤 다시 아즈텍을 쳐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의 저항을 받지 않는다. 천연두가 자신이 할 일을 대신해 주었기 때문이다. 테노치티틀란의 거리에는 시체가 즐비했고 아즈텍 인구 중 엄청난 인구가 사망했다. 치사율이 70~90%즘은 됐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천연두가 페루의 인구를 원래 인구의 4분의 1로 줄여놓았다고 주장한다. 아메리카인디언을 정복한 것은 스페인 군대가 아니라 천연두였다.
1763년 펜실베니아 피트성 부근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식민지 관리들은 원주민들과 대결하게 된다. 아메리카 주둔군 영국 사령관 제프리 암호스트는 동료대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디언들과 싸울 새로운 무기를 제시한다. “이 인디언들에게 천연두가 전파되도록 할 수 없겠소? 이번에는 반드시 이 병균을 사용해 인디언의 수를 확 줄여버릴 것이요.” 얼마 후 한 영국장교는 일기에 그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인디언에게 천연두병원에서 나온 모포 2장과 손수건 1장을 보냈습니다. 아마도 곧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이 작전이 성공했다는 공식적인 결과는 없다. 하지만 몇 달 뒤 밍거와 델라웨어 그리고 쇼니인디언 수백 명이 사망한다. 아마도 최초로 생물무기를 사용한 사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