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영상입니다, 김필이 부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노래에 영화 <그해 여름>을 입혔습니다.
외국인들이 댓글을 많이 달아서 왜 그런가 봤더니 영어 가사를 자막에 입혔더군요. 뜻도 모르지만 왠지 눈물이 난다는 댓글("I don't even know the lyrics and the song itself makes me wanna cry. Beautiful voice." - 외국인 댓글 中)을 보면서 '동서양을 떠나서 사람에게는 공통된 정서가 있고, 말은 통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을 보면서 '한국인의 情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 노래에 왜 정情을 말하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의 정서인 정情은 국가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 그리고 다른 이의 슬픔과 기쁨에 공감하는 유교의 인仁과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가 모두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情은 한恨을 그 뿌리에 두고 있습니다.
한을 슬픔, 비통함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본래 뜻은 (마음心+간艮)으로 '근본되는 마음,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 열매 맺으려는 마음'입니다. 생명으로 태어난 모든 것은, 누구나 열매 맺고 완성하려는 본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한恨입니다.
남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도 한恨이며,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한恨이며, 벗과의 오랜 추억, 가족에 대한 애틋함도 한恨입니다. 미완未完으로 끝난 것에 대한 회한과 애절함이 한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아리랑은 그런 한恨의 정서를 잘 표현한 노래입니다. 단순히 사랑하는 님에 대한 연정을 그린 것이 아닌 것이죠.
정情과 한恨 그리고 또 하나 한국인의 정서를 드러내는 것이 '흥'입니다. 한을 승화시키면 흥이 됩니다. 그래서 흥은 '즐겁다, 음악'이라는 뜻의 악樂으로 표현됩니다.
중국사서를 보면 한국인은 가무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냥 술먹고 노는 것이 아니라, 온 나라 사람이 함께 모여서 천제를 올리고 뒷풀이를 하면서, 한여름 뜨거운 태양볕 아래에서 고달픈 농사를 지으면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제사 지내면서 억눌린 한恨을 흥으로 승화시키는 노래와 춤을 췄습니다.
하고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답답함과 서원을 하늘에 고告하고 신에게 비는 제천의식과 예악으로 풀어낸 것. 그것이 고대 한류韓流인 풍류風流였고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정情이며 한恨입니다.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겨울연가> 조선시대 신분제에 억눌린 한 여인의 성장기를 그린 <대장금> 등 드라마로 시작해서, 영화, 음식, 뷰티, BTS까지 누구나 갖고있는 보편적인 정서인 한을 흥으로 표현하며 정을 나누는 것이 한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