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이 있다. 그에게 그 방법은 과거에는 소위 '운동권 노래'였다. 그러나 지금은 '영성음악(Spiritual music)'에 길을 묻고 있다. 범불교도대회로 도심이 시끌벅적했던 지난달 27일 오후 매일경제 본사에서 만난 박치음 순천대 교수는 "영성음악을 통해 나타내고 싶은 것은 치유와 하나됨"이라면서 "우리 사회는 왜곡된 관계가 여전하고 치유가 필요하다. 정신을 맑게 하는 명상음악에서 출발한 영성음악은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진가' '반전반핵가' 등을 작곡하며 운동권 가수 1세대로 알려진 박 교수는 '미안해요 베트남' '이 외로운 별에서' 등을 작곡하며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했다. 박 교수는 "2000년에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죄 헌정곡인 '미안해요 베트남'을 작곡하면서 여러 나라 음악을 참조하다 보니 영성음악에 빠지게 됐다"고 영성음악과 인연을 전했다. 그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끝까지 상업적 공연이나 무대에 서지 않았다. 상업성과 거리가 먼 영성음악은 그의 새로운 주제가 됐다. 2006년 시작된 영성음악제 '화엄제'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것. 박 교수는 "영성음악이 그저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상당히 강렬하고 뜨거운 음악"이라면서 "반복되는 리듬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테크노 뮤직과 맞닿아 있고 혼을 노래한다는 점에선 재즈와도 닮아 있다"고 전했다. 올해 '화엄제'의 주제는 '길을 묻다'다. 2006년 '첫발자국', 지난해 '길떠남'의 연장선상에 있다. 올해는 오는 10월 중순 서울 홍대와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연달아 열린다. 여기에는 이슬람권 전통악기 '네이' 연주가 사드레틴 외즈치미, 터키 전통악기 연주가 아흐멧 샤힌, 퓨전음악가 데바 탄마요, 인도 전통음악가 마니쉬 비아스 등의 세계적 영성음악가가 참여한다. 박 교수는 "올해는 화엄사에서 이슬람 경전 코란을 암송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동해안 별신굿도 공연된다"며 "사찰에서 영성음악제가 열리는 이유는 이렇듯 불교가 포용성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포용성과 화합은 영성음악이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화엄제에는 총감독을 맡은 박 교수를 비롯해 원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한승석 중앙대 국악대학 교수, 한국 가곡의 대표급 가수인 강권순 등이 참여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영성음악은 최근 미국와 유럽 등에서 유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불교 범패나 토속신앙 굿 등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 교수는 "영화에서 보면 자신의 저택에서 영성음악을 틀고 요가나 명상에 빠지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고 전제한 후 "영화 속 장면이 미국 캘리포니아, 스위스 중심의 유럽 중부권 등의 상류층을 중심으로 실제 유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곧 그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삶의 질이 높아진 곳에선 오히려 정신적 공허함이 나타나는데 그런 의미에서 치유 방법으로 널리 퍼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