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김씨는 흉노족 후손 ?
한국고대사와 관련된 당나라 금석문을 조사해온 권덕영(역사관광학) 부산외대 교수는 22일 “‘(신라) 김씨의 시조가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인 소호씨김천(少昊氏金天·소호김천씨라고도 부름)이며 먼 조상이 흉노 조정에 몸담고 있다가 서한(西漢)에 투항해 무제(武帝·재위 기원전 141~기원전 87년) 때 시중(侍中)에 임명되고 투정후(?亭侯·투후)에 봉해졌던 김일제’라고 명기한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을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함통(咸通) 5년(864) 5월29일에 32세로 사망한 재당 신라인 김공량(金公亮)의 딸 김씨 부인의 생애를 정리한 묘지명은 1954년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동쪽 교외 곽가탄(郭家灘)에서 출토됐다. 전서체로 3행에 걸쳐 ‘대당고김씨부인묘명’이라고 새긴 덮개돌(43.5×44㎝)과 23행에 최대 27자씩, 총 593자의 예서체 명문이 기록된 지석(46.5×45.5㎝)이 함께 발견돼 현재 시안의 비림(碑林)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묘지명에 따르면, 김씨 부인은 ‘구당서’ ‘신당서’ ‘책부원귀’ 등 중국 사서들에 신라인으로 기록된 김충의(金忠義)의 손녀이자 김공량의 딸이다. 김충의 부자는 당나라 조정에서 벼슬하며 화가이자 기술자로 이름을 날렸다. 묘지명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먼 조상이 김일제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지난해 KBS 1TV의 ‘역사추적’은 문무왕릉비문에 ‘투후’가 언급된 것을 토대로 신라왕실이 혈연적으로 흉노족인 김일제의 후손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문무왕릉비문은 일찍이 파손돼 비문의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는 반면, 김씨 부인 묘지명은 김일제가 조상임을 명백하게 언급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한국고대사학회 제108회 정기발표회(5월9일)에서 이 자료를 소개할 예정인 권 교수는 “신라 중고기(6세기 중반)에 와서야 신라왕실에서 김·박 등의 성씨를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묘지명의 시조와 선조에 대한 기록은 실제 사실이라기보다는 7세기 후반들어 형성된 신라 김씨의 관념적인 시조의식의 소산”이라고 말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