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은 육신이 없는 사람 |
|
“심야자(心也者)는 일신지주(一身之主)라.”
마음이라 하는 것은 내 육신의 주인이다. 육신은 거푸집이요 내 육신의 주인은 바로 내 마음이다. 다른 말로 심령(心靈)이다.
해서 내 마음이 어디로 가자고 하면 내 육신은 그냥 끌려가야 되고, 어디 가려운 데를 긁자 하면 시원하게 긁어 주어야 하고, 내 마음이 화가 나서 ‘저놈을 한 대 쥐어박아야겠다’ 하면 냅다 주먹으로 한 대를 쥐어박는다. 육신은 마음의 심부름꾼일 뿐이다.
범준(范浚)이라는 사람이 그의 좌우명(座右銘)에서 “참위삼재(參爲三才)하니 왈유심이(曰惟心爾)로다”라고 했었다. 삼재란 천지인, 즉 하늘-땅-사람인데 여기서 사람이라 하면 사람의 심령을 말한다. 육신은 조금 살다가는 죽어 없어지지만, 심령은 그대로 남아 있어 자신을 지켜준다. ‘심령이 주체가 돼서 천지인 삼재에 참여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이 살아서는 심령과 육신이 합일해서 사람 노릇을 하고, 죽어서는 육신은 없어도 신명(神明)이 사람 노릇을 한다.
사람은 ‘육신이 있는 사람’이요 신명은 ‘육신이 없는 사람’이다. 신명은 육신만 없을 뿐이지 역시 똑같은 사람이다. 예컨대 박갑순이라는 사람이 죽었는데 박갑순에게 욕을 퍼부으면, 육신은 없지만 박갑순의 신명이 그것을 듣고서 “저 나쁜 놈, 내게다 욕을 한다”고 하면서 앙갚음을 한다. 육신도 박갑순이요 신명도 박갑순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무신론자도 많지만, 인간이란 육신만 있다고 해서 완성품이 아니다. 살아있는 육신이 50퍼센트요 죽어서의 신명이 또한 50퍼센트다. 육신이 50퍼센트 박갑순이고, 신명이 50퍼센트 박갑순이다. 육신과 신명이 합해서 100퍼센트 박갑순이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육신은 없어졌지만 그 죽은 사람들의 신명은 육신이 없는 사람 노릇을 하고 있다. 육신은 살다가 생로병사에 의해 죽어지면 끝이 난다. 하지만 신명은 그렇게 죽는 것이 아니다. 닦은 바에 따라서 천 년도 가고, 만 년도 가는 것이다.
그리고 신명 세계는 사람 세상보다도 백 배 이상 더 밝다. “지지여신(知之如神)이라”, 아는 것이 신명과 같다는 말이다. 신명은 태양보다도 더 밝은 것이다.
<천지의 도 춘생추살> p. 132~133에서 핵심 말씀을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