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공모전 대상에, 최악의 대기오염 선물하는 영국정부!
대체 이런 공모전은 왜 하는거냐?
일터인 학교에서 간혹 대학내일(http://www.naeilshot.co.kr/ )이란 잡지를 들춰보곤 한다.
딱히 읽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기업의 요란한 이미지광고와 공모전.채용 소식만 가득한 찌라시와 다름없는 잡지를 엿보는 이유는, 기업(자본)들이 어떻게 청년 학생들을의 정신을 갉아먹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시키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 관련 글 : FTA찬양과 담배 광고에 대학의 내일은 없다!
암튼 지난 화요일 잡지를 살펴보다가, 눈꼴사나운 공모전 소식을 접했다.
주한영국문화원과 주한영국대사관이 주최하고 영국항공, HSBC, BP, Marks&Spencer, 싸이월드가 후원한 <기후변화 UCC/포스터 디자인 공모전>이 바로 그것이다. 주최 측에서는 '지난 10,000년간 지구 온도가 1'C 오른 반면 20세기 1000년 동안 지구 온도가 0.7'C 올랐고 이로 인해 기후가 변화해, 남극 펭귄에게만 위협이 아니라 태풍, 장마, 가뭄 등 자연 재해를 야기하는 등 우리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공모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온실가스감축 노력이 전무한 상황(한국정부는 특히 온실가스감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환경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의 5억9100만 톤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에서, 이런 눈속임용 입발린 소리들을 처음 듣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공모전이 기획의도와는 달리 참 가식적이고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다름아니라 그들이 내놓은 시상내역 때문이다.
기후변화공모전 대상은, 자동자배기가스의 수만배를 내뿜는 비행기 탑승권~
공모전 주제가 '기후변화의 주범인 인간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CO2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인이기에, 1)기후변화 현상 및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문제들, 2)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생활속의 아이디어'라고 내놓은 주최측은, 대상에 선정된 각 부문별 한 팀에게 '영국 기후변화 투어?'를 할 수 있는 영국왕복항공권(영국항공 후원)을 시상한다고 밝혔다.
CO2 등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 해결을 도모하고 고민하는 공모전 대상이, 자동차배기가스의 수만배를 대기권에 직접 살포하는 민간항공기(그것도 장거리) 이용권이라니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지난 2007년 8월 영국 런던의 히드로(Heathrow) 공항에 수많은 환경운동가들이 유럽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모여,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항공기 운항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영국 정부가 계획 중인 히드로 공항의 터미널과 활주로 증설 계획에 반대한다"며 기후행동캠프(the camp for climate action)를 차리고 격렬한 시위를 벌인바 있다. 환경단체와 활동가들은 '항공기 운항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영국 전체 배출량의 7%에 불과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그 비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 지적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항공기 운항축소를 주장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대기중에 살포하는 최대의 적은, 바로 민간 상업용 항공기다.
또한 GIEC(기후변화에 대한 초정부 조사단)에 따르면, 상업용 항공기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온 상승의 3%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비행기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정도를 차지하지만,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자동차 등 도로 교통수단보다 최고 5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다.
지구의 친구(FoE)라는 단체는 '현재 1만6,000대의 민간항공기가 연간 600만t의 카본 다이옥신을 하늘에 뿌리고 있고 15년 후 여행객 수가 두 배로 늘어날 경우,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은 급격히 다가올 것이라며 가급적 불필요한 장거리여행을 삼가 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 항공산업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미국의 경우 교통수단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10%가 항공기에서 발생한다. 비행기에 사용되는 항공유는 취급이 안전하고 어는점이 낮아 영하 40℃ 이하로 떨어지는 고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연소보다 온실가스가 훨씬 많이 배출된다. 항공유 1파운드를 연소시키면 3배인 3파운드에 해당하는 탄소가 대기권으로 날라간다. 게다가 비행기 구름에 포함된 물방울은 탄소산화물의 온실 효과를 3~4배나 높인다. 이 때문에 유럽의회는 지난해 11월 유럽 내 노선을 가진 모든 항공사를 탄소배출권 거래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1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현재보다 10% 낮추지 않으면 탄소배출권을 강제로 구입하도록 했다. / 뉴스메이커, 바이오연료 "득보다 실이 많다" 중 -
다른 교통수단보다 온실가스를 몇배나 배출하는 민간항공기 회사의 후원을 받아, 기후변화공모전 대상자는 탄소를 대기중에 뿌리며 영국으로 날아갈 것이다.
기후변화 포스터는 이미 많이 나와있다! 그것을 활용할 생각이나 해라!
관련해 환경메시지를 사람들에게 꾸준히 전해온 국민대 윤호섭 교수(http://www.greencanvas.com/)는, 지난 3월 16일자 경향신문 '대기권을 메운 수많은 항공기'란 칼럼을 통해 '온난화 포스터 전시회를 국내외에서 열며 인근 국가들을 항공기로 오가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전시회가 추진되고 있어 불가피하게 장거리 출장이 예상되어, 자신의 결심(환경보전)과 실천, 지구온난화 계몽 사이에 대해 무엇이 먼저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암튼 기획취지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는 이런 쓸데없는 생색내기용 공모전에 힘쓰지 말고, 진짜 기후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더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영국이든 한국이든. 그리고 기후변화 포스터는 이미 많이 나와있으니(아래 포스터나 보시고 각성 좀 부탁~), 그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기후변화 대응활동에 동참시키는 일에나 후원을 하든 지럴을 하든 했으면 좋겠다.
덧. 공모전에 응모해 상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불편한 이야기지만...인식과 실천의 괴리 속에서 기능적으로 포스터와 UCC를 만드는 일은 너무나 소모적이지 않을까 싶다. 아참 이럴바에야 대상에게 항공권 대신에 그냥 돈으로 줘라~깔끔하게~
* 2007 stop global warming 포스터전 / http://www.greencanvas.com/html/gallery_17_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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