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박현호(hyunho@etri.re.kr)
카오스시대가 열리다 : 복잡성 과학의 도래 1678년 뉴턴은 『프린키피아 -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서구 사상사에서 처음으로 자연 현상을 수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체계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하였다. 천문학과 역학에서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17세기의 과학혁명은 중세 카톨릭 교회의 종교적 독단으로부터 억압되어 있던 인간이성을 해방시켜 놓았고 18세기 계몽사상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와 같이 형성된 근대 과학사상은 자연을 일정한 법칙에 따라 운동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기계로 생각하는 결정론적 기계론(Determinism)과 아무리 복잡한 것이라도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들을 통해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는 요소환원주의(Reductionism) 그리고 정신과 물질은 서로가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독립된 것으로 간주하는 이원론(Dualism)을 사고의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300년 동안 서구의 근대문명을 이루는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근대과학(전통 과학)은 살아 숨쉬는 자연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자연현상을 너무 단순화시켜 생각함으로서 인간에게 교만과 아집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정복과 지배의 관계(상극 관계)로 생각하여 자연에 대한 무절제한 개발과 과학기술의 남용을 일삼아 현대에 이르러서는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이 문명은 다만 물질과 사리(事理)에만 정통하였을 뿐이요, 도리어 인류의 교만과 잔포(殘暴)를 길러 내어 천지를 흔들며 자연을 정복하려는 기세로 모든 죄악을 꺼림 없이 범행하니, 신도(神道)의 권위가 떨어지고 삼계(三界)가 혼란하여 천도와 인사가 도수를 어기는지라. (道典 2:30:9∼10) 서구인들에게 기본 신앙이 되어버린 근대과학적 세계관은 19세기 말 자연의 신비에 대한 끊임없는 인간이성의 도전 속에서 조금씩 모순과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20세기의 여명과 함께 증산 상제님의 무극(카오스)대운이 역사 속에 그 서광(瑞光)이 비치면서 우주와 자연의 참 실상을 보려는 인간의 인식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이제 말세의 개벽 세상을 당하여 앞으로 무극대운(無極大運)이 열리나니… (道典 2:15:3) 내가 이제 천지를 개벽하여 하늘과 땅을 뜯어고치고 무극대도(無極大道)를 세워 선천 상극의 운을 닫고 조화선경(造化仙境)을 열어 고해에 빠진 억조창생을 건지려 하노라. (道典 5:3:2∼4) 20세기 초,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인간이 가지고 있던 자연에 대한 인식인 절대적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상대적인 시공(時空)의 개념으로 그리고 자연법칙의 결정론적 인과율을 비결정론적 확률론으로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전통 과학에서처럼 물질을 구성하는 각 기본입자(부분)를 앎으로써 그 물질(전체)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환원론적 사고가 바탕을 이루고 있음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증산 상제님의 진법(眞法)문화(증산도 3변 道運)가 열리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환원주의적 과학관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놀라운 현상들이 자연에서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과학자들이 자연에서 일어나는 혼돈과 무질서한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종래 과학의 역사는 분할의 역사라고 하듯이, 전통 과학의 환원주의는 자연의 관계망을 짤라 버림으로서 결국 사태의 본질을 사장시켜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자연과 모든 생명은 그들간에 맺어지는 역동적 관계 속에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부분의 합이 곧 전체가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자연의 복잡계에 관한 연구가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면서 일어나기 시작한 복잡성의 과학(Science of Complexity)은 기본요소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자연을 전체로서 파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했다. 카오스 이론으로 대변되는 복잡성의 과학은 자연을 단순화·이상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대상(對象)을 연구하였으며, 무질서하게 보이는 자연의 현상에서 보편적인 질서를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현대과학의 마지막 혁명이라고 불리는 카오스 과학은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처럼 인간의 이성과 실험으로만 얻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자연의 복잡한 현상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데에는 인간의 산술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카오스 이론의 출현은 현실적으로 컴퓨터의 발달이라는 20세기 후반의 기술혁신에 의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상제님께서 종종 약방 앞 개울에 나가시어 모래를 일어 호박씨만한 금을 캐기도 하시더니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금 생산이 더욱 늘어나 전고(前古)에 유례가 없게 될 터인데 이는 다 내가 장차 걷어 쓰려고 시킨 바로다.” 하시니라. (초판道典 5:111:1∼3) 상제님께서 때로 소쿠리나 골마리, 또는 저고리 앞자락에 바둑돌처럼 둥글둥글한 돌을 담아서 들어오시어 아랫목에 놓으시고 말씀하시기를 “내가 금덩이 주워 왔다. 이게 다 금이다.” 하시니라. (道典 5:271:1∼3)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로 비트화된 코드를 이용하여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계산하고 저장할 수 있는 20세기 현대 문명의 최대 이기(利器)이다. 디지털 컴퓨터는 반도체(Semiconductor)라고 하는 물질의 발명으로 실현되는데, 반도체는 동양 우주론에서 음(-)과 양(+)의 순환운동을 조화하는 토(土)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불순물’(impurity)을 이용하여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특성을 모두 갖는 재료로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중의 하나인 실리콘(Silicon)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실리콘은 바로 모래(규소)에서 추출된다. 반도체라는 특수한 재료를 이용하여 1947년에 벨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transistor)를 발명하였고, 수천 수만 개의 트랜지스터, 저항, 캐패시터가 집적된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순식간에 계산하고 기억할 수 있는 디지털 컴퓨터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였다. 사금(모래) → 실리콘웨이퍼(반도체) → 트랜지스터 → 집적회로 → 디지털 컴퓨터 → 카오스 과학의 출현 컴퓨터는 대량의 정보를 다루며 자연의 실재성을 본뜰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사고에 새로운 창문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디지털 컴퓨터의 출현이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에 숨겨져 있는 질서와 패턴을 찾는 카오스 과학을 태동시킨 것이다. 복잡한 자연의 형(形)을 컴퓨터의 디지털화 된 정보인 0(無極)과 1(太極)로써 얻어낸 자연의 오묘한 패턴(질서)이 예로부터 음양이라는 상반된 자연의 상(象)을 통해서 삼라만상의 신비를 꿰뚫어 본 동양 선성(先聖)들의 깨달음과 일치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카오스 이론은 이미 과학의 경계선을 붕괴시켰다. 물리학 및 수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화학, 지질학, 공학, 생태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의학, 과학철학 등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사고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그들의 통합적 진리관을 이끄는 중심사상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물리학자 페이겔스는 “새롭게 태동되고 있는 복잡성의 과학을 지배해서 그 지식을 새로운 산물에 적용할 수 있고 사회 조직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가 21세기의 문화, 경제 그리고 정치에 있어서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고 그의 저서 『이성의 꿈』(The Dreams of Reason)에서 적고 있다. 이제 인류는 우주(天地)와 진실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눈과 귀를 얻게 되었다. 증산 상제님께서 새우주의 개벽공사를 보신지 10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도운(道運)은 물론 세운(世運)에서도 가을 우주의 카오스(無極) 시대를 활짝 열어 펼칠 수 있는 시운이 도래한 것이다. 카오스 과학은 놀라울 만큼 동양의 역(易)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증산도의 우주관과 상통한다. 진리는 하나로 통한다는 말처럼 서양 물질 문명의 극한에서 나온 카오스 과학이 동양 정신 문명의 정수인 역(易)철학적 세계관 즉 증산도 우주관과 대화할 수 있음은 과연 이 시대가 바로 무극(카오스)의 정신처럼 모든 진리가 증산도 진법문화로 포용되고 통일되어 가을우주의 카오스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확연히 드러내 준다. |